페라리 루체의 공개를 두고 수많은 비난이 오가고 있다. 심지어 루카 디 몬테제몰로 페라리 전 회장까지도 절제했지만 극렬함을 감출 수 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대체 왜 그들은 람보르기니처럼 전기차 개발을 멈추지 않았나?
스포츠카 신의 양대 라이벌,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는 최근 전기차를 두고 서로 엇갈린 결정을 내렸다. 우선 시작은 람보르기니가 먼저였던 것으로 보인다. 개발 착수까지 따지면 페라리와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이나, 일단 람보르기니는 21년부터 첫 번째 전기차를 개발 중이라 발표했다.
사실 이들은 페라리보다 전기차 개발이 다소 유리했던 것도 사실이다. 모기업이 전기차 프로젝트에 드라이브를 본격적으로 걸고 있던 시점이었기 때문에 완벽히 동일한 플랫폼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폭스바겐 그룹의 아키텍처를 차용해 조금 더 효율적이고 빠르게 개발하는 건 가능해 보였다.
그런데 그 무렵 이미 페라리도 전기차 개발을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페라리의 전기차가 이토록 (여러 가지 의미로) 위협적인 존재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다수는 “페라리가, 설마”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설마는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람보르기니와 달리 페라리는 모터, 배터리팩 등을 (배터리 셀의 경우는 타사 제품을 이용했다.) 직접 설계, 제작했다. 그들은 이미 포뮬러 1을 통해 모터와 배터리팩 제작에 관한 노하우가 있었으니 직접 도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렇게 두 회사가 일렉트릭 스포츠카 장르를 새로이 개척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26년인 지금, 상황은 좀 달라졌다. 우선 람보르기니는 첫 번째 EV 스포츠카, 란차도르의 출시를 끝내 취소했다. 몇 번의 출시 연기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흥미로운 현상은 페라리 루체가 공개된 후 그들의 콘셉트카, 란차도르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적어도 그들은 누가 봐도 람보르기니다운 디자인을 가진 CUV 스타일의 자동차를 선보였을 테니 말이다.
게다가 페라리의 첫 번째 EV 공개 이후 벌어진 전 세계적인 비판과 주가 하락 상황을 보고, 일부에서는 람보르기니의 결정이 옳은 일이었다 평가하기도 한다. 물론 21년 무렵 람보르기니가 내세웠던 탈탄소를 위한 로드맵은 결국 지켜지지 못했지만 적어도 이번 사태를 피할 수 있었으니 다행이라는 것이다.
허나 이런 결정을 내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약 150만 유로에 달하는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을 고스란히 휴지통에 넣는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대담한 결정을 내린 것은 그들 뿐만은 아니었지만, (혼다도 그랬다.) 어쨌든 결코 쉽지 않은 결정임에는 틀림없다.
그들은 람보르기니 오너들 중 전기차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차라리 레부엘토처럼 PHEV라면 모를까, 등 뒤에서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람보르기니란 의미가 없다 판단한 것이다. 여기에 힘을 실은 것이 유럽연합의 정책 유예였다.
반면 페라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기어코 자신들의 첫 번째 일렉트릭 스포츠카를 내놓았다. 람보르기니와 무엇이 달랐는지 정확히 드러나진 않았지만 모르긴 몰라도 그들은 돌이킬 수 없는 반환점을 이미 지났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람보르기니도 막대한 투자금을 사용하긴 했지만, 페라리는 그보다 더 많은 비용을 투자했을 가능성이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람보르기니는 모기업의 기술 지원으로 효율을 꾀할 수 있는 반면, 페라리는 자체 설계, 개발을 택했으니 당연히 투자 비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여기에 디자인까지 러브프롬에게 위탁해 또 한 번의 막대한 비용을 치른 상태였으므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셈이다.
이 시점에서 누구의 판단이 옳았는지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지금 전 세계적인 비난이 쏟아지고는 있지만 비난을 퍼붓는 사람들 중 99%는 아마 루체의 디자인이 지금과 완전히 다른, 란차도르처럼 지극히 브랜드다운 디자인이었다 하더라도 살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키보드와는 거리가 먼, 이미 몇 대의 페라리를 차고에 들여놓은 사람들에게는 아이폰을 포함한 애플 제품에서 보았던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마감을 페라리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낄지도 모른다. 게다가 90년대 페라리의 계기반과 스로틀 바디를 그대로 이식한 에어벤트에서는 외려 클래식한 감성이라며 반가워할 것이다.
만약 대중의 예측과 달리 루체가 페라리 오너들 사이에서는 꽤 잘 팔리는 차가 된다면, 람보르기니도 그때까지 폐기하려던 란차도르를 다시 꺼내 도면부터 다시 수정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면 루체와 동일한 장르지만 PHEV로 개발해 페라리를 향한 조롱을 남길 수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은 누가 옳았고 누가 틀렸는지 판단하기엔 너무 이르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