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기술 해설 폭스바겐, 미래 지향 디자인에서 과거로 복귀

폭스바겐, 미래 지향 디자인에서 과거로 복귀

폭스바겐의 디자인이 미래 지향에서 자신들의 과거 혹은 현대로 복귀하고 있다. 새로운 ID.3 NEO의 디자인의 면면을 살펴보면 누군가에게는 꽤 반가운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다.

한때 하이브리드는 그 시대의 전기차와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인지 하이브리드는 하이브리드 다운 디자인을 갖고 있었다. 공기 저항 계수를 더 낮출 수 있는 범퍼와 그릴 디자인에 휠도 특별했고, 어떤 경우는 형태마저 특이했다. 그리고 대부분은 어김없이 프론트 펜더 혹은 트렁크 리드 어딘가에 Hybrid 배지를 달고 있었다.

하지만 그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 이제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를 구분할 수 있는 건 골목길을 지나갈 때 들리는 사운드 차이뿐이다. 물론 이런 식으로 다음 세대 자동차임을 온몸으로 드러내는 기조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이브리드가 그랬던 것을 이제는 전기차가 그렇게 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제는 그마저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내연기관,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사이에 외형적 차이는 점점 좁혀지는 중이다. 대표적인 차가 최근 발표된 폭스바겐의 ID.3 NEO다. 엄밀히 말해 이 차는 ID.3의 페이스 리프트에 가깝다. 상세 스펙을 확인할 수 있는 기사가 이미 업로드됐으니, 여기서는 디자인의 회귀만 다루도록 하겠다.

우선 얼굴을 보면 ID 시리즈만의 혹은 폭스바겐 전기차만의 스타일보다 오히려 내연기관 폭스바겐 해치백들의 얼굴을 많이 차용했다. 한 줄로 이어진 DRL과 라디에이터 그릴을 뚜렷이 연상케하는 부분도 그렇다. 형태는 폭스바겐이 가장 잘 빚어내는 전형적인 해치백의 실루엣 그 자체다. 심지어 화살촉처럼 꺾어진 C 필러의 날카로운 선은 8세대를 관통하는 골프의 시그니처를 그대로 닮았다. 물론 이전 ID.3에도 있었지만 새로운 ID.3 쪽이 더 선명하다.

실내로 들어가 보자. 대시보드 위, 커다란 모니터와 클러스터 때문에 일견 미래지향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면면을 뜯어보면 좀 다르다. 우선 가운데 대형 모니터 아래에 물리 버튼들이 다시 돌아왔다. 위아래로 누르거나 밀어올리는 방식으로 이는 한두 세대 전 폭스바겐에서 흔히 볼 수 있던 방식이다.

물론 심미적 관점에만 집중해 과거로 복귀한 것이 아니다. 모니터 터치 혹은 터치 버튼만으로는 도저히 직관적인 제어가 어렵다는 고객들의 강한 불만을 반영한 결과다. 게다가 이제는 운전석에서 리어 윈도를 조작할 수 있다.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이전 ID.3는 특이하게도 운전석에 단 두 개의 윈도 버튼밖에 없었다. 이 버튼이 제어하는 건 기본적으로 앞 유리창이다. 그렇다면 뒷 유리창은 어떻게 내려야 하나?

뒷 유리창은 앞 유리창 버튼 앞에 있는 REAR라는 터치 버튼을 한 번 누른 후 윈도 버튼을 눌러 조작한다. 그러니까 예전 같으면 손가락으로 더듬을지언정 한 번 조작으로 창문을 열 수 있었지만, 터치 버튼을 단 후에는 두 번의 행동 끝에 창문을 열 수 있었다. 미래지향적인 선택이었다 변명해 줄 수 있겠지만, 원가 절감 전략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고작 그걸 아껴서 얼마나 절약할 수 있겠나 싶겠지만, 1만 대, 10만 대가 되면 이야기가 다르다.

비용 절감의 결과로 엄청난 비난을 받은 폭스바겐은 ID.3 NEO에서 달라졌다. 그들은 윈도 버튼을 두 개 더 추가했다. 겨우 원래대로 돌아온 것이다. 결국 이런 결정도 모니터 하나만으로 모든 걸 조작하는 것에 고객들이 불편을 느낀다는 것을 깨달은 덕분이다.

클러스터도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들은 70~80년대 자신들이 즐겨 쓰던 클래식한 분위기를 입혔다. 물론 모든 것이 가상의 그래픽이지만 아날로그스러운 흥미로운 디자인임에는 틀림없다. 좌우 한 개씩 게이지를 품은 것도 재미있지만 가운데 정보 창을 둔 것도 다분히 80년대 스타일이다. 게다가 시계는 디지털 폰트를 적용한 전자시계 감성을 그대로 반영했다.

누군가는 무한한 표현의 자유가 있는 디스플레이에 굳이 표현에 제약이 있는 디자인을 쓰느냐 하겠지만, 70~80년대 나아가 90년대 클러스터 디자인을 경험해 보지 못한 세대들에게는 오히려 새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

스티어링 휠에서도 터치식 버튼은 찾아볼 수 없다. 흡사 키보드처럼 복잡해 보이긴 하지만 적어도 뜻하지 않게 조작되거나 반대로 터치를 했다 생각했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보다는 훨씬 명료하다. 마지막으로 돌아온 것은 볼륨 다이얼이다. 물론 위치는 좀 생경스럽다. 시트 사이, 컵 홀더 옆에 자리하고 있다. 아무렴 어떤가? 이제서야 모든 것에 제대로 자리 잡았다는 안도감을 느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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