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엔진이 장착된 1930년대 비행기가 무려 90년 만에 다시 비행하는데 성공했다. 르노는 이 비행기를 다시 날리기 위해 꽤 오랜 시간 복원 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BMW는 이름 자체가 바이에른 엔진 제작사다. 지금이야 자동차, 모터사이클 엔진에 특화되어 있지만 한때는 다들 알고 있는 것처럼 비행기 엔진도 만들었고 그들의 뿌리는 비행기 엔진 제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마찬가지다 메서슈미트에 쓰인 엔진을 그들이 만들었다. 지금은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됐지만 롤스로이스도 피스톤 방식의 비행기 엔진, 멀린을 제작했다. 심지어 피아트도 그랬다.
그들만큼 역사가 깊은 르노도 다르지 않다. 창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르노도 항공기 엔진에 관심을 보였고, 몇 개의 비행기용 피스톤 엔진을 제작한 경험이 있다. 그들은 BMW, 롤스로이스와 비슷한 도립식 공랭 엔진을 주로 만들었는데, 참고로 도립식 공랭 엔진이란 크랭크샤프트가 엔진 블록 아래에 있지 않고 위에 있는 방식을 말한다. 이렇게 배치함으로써 프로펠러의 지상 간섭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프로펠러의 크기를 키워 더 큰 양력을 발생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아무튼 르노는 약 1944년 그러니까 2차 세계대전 마지막까지 비행기 엔진을 개발했으며 그중 일부는 당시 유행하던 속도 기록용 기체에 탑재됐다. 그런데 그 시절 하늘에서 속도 경쟁을 하던 비행기 한 대가 최근 다시 하늘을 날았다.
해당 기체는 코드론(Caudron)이라 불리는 프랑스 기체 제작사에서 개발한 기체로 라팔이란 이름을 갖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라팔과 같은 의미로 돌풍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당시 이 비행기는 르노에서 개발한 도립식 공랭 엔진을 장착했다. 총 여섯 대의 기체가 개발됐으며 그중 한 대는 1930년대 초, 당대 가장 권위 있던 스피드 레이스인 쿠페 도이치 드 라뫼르트(Coupe Deutsch de la Meurthe)에 참가했는데 당시 최고 시속 506km를 기록했고 이 속도로 무려 3.3km나 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후에는 유럽 전역이 전쟁에 휘말리며 이 비행기는 다시 하늘을 날 수 없는 신세가 됐고, 전쟁이 끝난 후에는 터보팬, 터보제트의 시대가 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렇게 긴 시간이 지나, 지난 주말 프랑스에서 열린 르 땅 데 헬리세스 에어쇼에서 돌연 사라진 줄 알았던 이 비행기가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무려 90년 만의 비행이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르노는 약 2년가량의 시간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2024년 7월부터 복원을 시작했는데, 두 명의 클래식 항공기 복원 전문가와 함께 기체를 완전히 분해한 후 기골 보강 작업부터 시작했다. 그 사이 르노는 90년 전 자신들의 선배들이 제작한 도립 공랭식 엔진을 완전히 분해한 후 재정비했다.
복원 이후에도 공개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유는 정상 작동 상태를 테스트하는 것은 물론 지상, 비행 테스트를 수없이 거쳐 안전성을 입증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약 2년여의 시간을 투자한 끝에 르노 엔진이 탑재된 코드론 라팔 C460이 세상에 공개됐다.
이 기체는 속도 기록용이라는 목적에 맞게 좁고 낮은 콕핏, 길고 매끈한 스트림라인 바디를 갖고 있으며, 8미터가량의 전장과 함께 6미터 정도의 비교적 짧은 윙스펜을 갖고 있다. 게다가 무게는 875kg에 불과해 매우 빠르고 민첩한 기동이 가능하다고 전해진다.
향후 클래식 항공기 에어쇼에 추가로 참가할 가능성은 있으나 현재로서는 밝혀진 스케줄은 없다. 알려진 사실은 현재 르노가 폴란드 공장에 운영 중인 르노 클래식 뮤지엄에 전시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곳에는 르노의 첫 번째 레이스 카 40 CV 데 레코드와 함께 르노가 개발했던 탱크의 프로토타입 그리고 지상용 속도 기록 차량인 에투알 필랑트 가스 터빈 자동차 등이 전시되어 있다.
이미 오래전에 손을 뗀 분야이긴 하지만 항공기 엔진 제작은 르노의 역사에 있어 꽤 중요한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으며, 그래서 르노는 최근 이런 기억을 더듬어 준중형 SUV의 이름을 라팔이라 짓기도 했다. 여담이지만 위에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필랑트 역시 1956년 속도 기록용 차량이었던 가스터빈 레이스 카, 에투알 필랑트에서 가져온 것이다.
끝으로 클래식 비행기의 낭만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동부 유럽을 여행하면서 르노 박물관에 꼭 들러볼 것. 이곳에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르노의 신기한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나열하면 무려 2.4km에 달하는 방대한 역사적 사료들이 전시되어 있으니 말이다. 이동 수단의 기계적 미학과 역사적 흔적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놓치기 힘든 보물창고가 될 것이다.




















